초산모라 유도분만이 처음이라 너무 무섭기도 했지만 1박 2일 끝에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.
진통 유도부터 양수 터짐, 무통, 마지막 힘주기까지 생생하게 적어둔 출산 일기~
복떵이와의 첫 만남
2025년 6월 24일~25일, 36시간의 리얼 출산기
6월 23일 오후 17:00
산부인과 검진 일정으로 병원에 갔다.
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많이 크다... 근데 아직 1.5cm 밖에 안 열려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..
자연진통 와서 출산하면 좋은데 아직은 기미가 안 보인다..
아기 몸무게는 적게 잡아도 3.7킬로다...
그때부터 아마 난 유도분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.... 자연분만 하고 싶으니까...
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남편과 이야기해서 내일 그냥 유도하자고 결정했다..
6월 24일, 아침.
샤워 중에 갈색 점액질이 보였다.
‘이슬인가?’ 이슬이 보였다!! 유도 분만 하는 날 이슬이 보여서 조금 더 희망적이었다!
유도분만 잘되려나 보다 하고 긍정적으로 봤다.
남편은 회사에 연락해서 출산하러 들어간다고 휴가 내고
나도 병원에 전화해서 유도분만 하겠다고 하니까 지금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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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담당의 상담]
23일 오전과 마찬가지고 아직도 1.5cm~2cm밖에 안 열렸다고 유도분만 하면 산모가 많이 힘들 거라고 그래도 하겠냐고 해서
자신감 넘치게 하겠다고 했다.
[진통 유도 시작]
입원 수속하고 내진을 받았는데, 1.5cm ~2cm 사이..... 여전히 똑같다..
손가락 하나 반 정도 들어가고.... 꽉 끼게 해서 거의 손가락 2개 정도라고 하셨다.
이제 면도하고, 태동 검사하고, 관장 예정이라 해서
그전에 미리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피가 나왔다.
화장실에서 피를 보고 너무 놀라서
간호사한테 말했더니, “괜찮아요~”
나는 오두방정 떨었는데…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.. 😂
관장약 투여 하고 6분 참고 화장실 가서 다시 비워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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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1단계 질정제 투여]
12:20, 질정제 유도분만 1단계 시작.
질정제는 자궁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대략 2cm 열려있어도 경부가 딱딱하면 안 된 다한다.
그래서 질정제 투입한다고 했고 최대 12시간까지 간다고 했다.
질정제 투입 후 자궁수축 수치가 오르락내리락 보통 40에서 70까지도 올라갔다 내려갔다.
내진은 해도 여전히 1.5cm~2cm 꽉 끼게 손가락 2개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...
‘걷는 게 좋다’ 해서 병원 복도를 계속 걸었다.
40분 걷고 쉬고, 15분 걷고 쉬고… 근데 허리랑 배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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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양수 터짐 & 무통관 삽입]
19:00 누워있었는데 양수가 자연스럽게 터졌다.
계속 물이 흐르듯이 나왔고, ‘아 이제 진짜 시간이 다가오는구나’ 실감했다..
양수가 터졌으니까 뭐 뒤에 속도가 붙겠지 싶었다.
하지만… 내진은 계속 2cm. “진통 시작도 아니다”는 말에 기운이 쏙 빠졌다.
병원 내부를 걷고 또 걷고..... 아기 내려오라고.....
밤이 되자 자궁수축은 줄어들고, 아기도 아직 위에 있는 느낌.
허리는 여전히 계속 아프고, 너무 피곤해서 살짝 눈 좀 붙였다.
23:00, 무통관만 미리 삽입.
“진통 심해지면 못 넣을 수 있으니까 미리 준비해 둘게요”
무통관 삽입이 새우처럼 말아서 등에 꽂아주는 건데 이게 제일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.
얇은 관 삽입할 때 왼쪽 다리가 저릿저릿한 느낌....
그 이후로 그냥 계속 자궁수축 오고 심호흡하고 진통을 지속적으로 참으려고 노력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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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무통 시작, 그리고 본격적인 진통]
새벽 4:00, 새벽 중간중간에 안 아프냐고 무통주사 안 맞을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거절하다가 새벽 4시까지 진통 때문에 잠을 못 자서
무통주사 맞고 조금이라도 자야겠다 해서 무통주사 놓아달라고 했다.
한 30분 지나니까 무통효과가 생기면서 진통도 싹 없어지고 너무 편하게 잘 있었다.
8:30 내진 결과 드디어 3cm!!! 원장님이 남은 양수도 터트렸다. 또 물이 주르륵 흐르는 느낌...
‘3cm면 얼마나 남은 거지…? 이미 출산 경험이 있는 동생한테 물어보니 3cm에서 또 4cm로 가는데 또 시간이 걸린단다.
10:57 4cm 열림.... 다행히 2시간 30분 만에 1cm가 또 열렸다~~
12:57 유도제 2단계 투여 시작...
13:23 6cm 열림....!!!
근데 이쯤에서 무통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허리랑 배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...
무통 2차 추가! 근데 무통도 계속 맞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“이게 마지막이에요”라고 하셨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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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점점 다가오는 순간]
14:03 7cm 열림! 예정보다 빠르게 열리고 있다고 했다.
간호사선생님이 “이제 곧이에요” 하는데 뭔가 자연분만 가능할 것 같고
제왕으로 안 갈 수도 있겠다 싶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~
15:39 엉덩이 사이로 짜릿짜릿한 느낌이 자꾸 왔다.
간호사가 “엉덩이에 뭔가 낀 느낌 있어요?”라고 묻는데
아직은 없지만… 짜릿짜릿한 느낌만 있다고 했다.
16:07 아기 나오기 전에 힘이 세 보이는 간호사와 힘주기 연습, 자궁수축 수치가 올라갈 때 숨들 이마시고 수치가 최고치 일 때 다리랑 목을 들어 숨을 참고 힘주는데.... 이게 고역이었다... 단번에 땀이 주룩주룩 나고 1회 3세트씩 하는 건데..... 씁(숨 삼키기) 흡( 숨 참기) 이걸 속도내서 3회 이상 하라고 했는데 배에 힘주라는데 나는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라고 더 주라고 더 주라고 하신다.
연습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.. 실전을 어쩔지.... 안 그래도 배도 살살 아프고 힘주기 하니까 더 정신없고...
16:30 배가 점점 아파오는 게 무통이 꺼진 것 같다고 남편한테 말하니까 무통연결관을 보더니... 무통약이 안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길래 간호사한테 물어봤더니 곧 출산할 거라서 껐다고 하셨다....ㅠ_ㅠ 나도 모르게 꺼진 무통주사.... 아까 힘주기 할 때 힘을 못줘서 무통 맞고 있으면 힘주는 게 안된다고 끄셨다고...
17:00 간호사선생님과 함께 진통 올 때마다 힘주기... 근데 잘 안 됐다. “배가 조금 더 아프면 다시 부르세요~”
나는 배가 아픈데... 여기서 더 아프면 부르라고 하니까...... 얼마나 더 아파야 부를 수 있는 건지...
안 그래도 아픈 정신에... 못 참을 것 같은데... 하면서 더 참아보려다가 이미 어제부터 16시간 참은 진통에....
정신이 혼미해져 갔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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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결정적 순간]
17:30 진통이 더 세게, 더 자주 왔다. 간호사 호출 1번... 근데 바로 못 오셔서 한번 더 눌렀다..
더 참지 못할 것 같은 느낌.... 두 번째 비상벨 누르니 오셨다...
무통 효과가 이제 없다시피 해서 진통 올 때마다 그전보다는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....
그렇게 내리 19: 50까지 분만을 도와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배 누르면서 자궁수축 오면 바로 다리 들어서 힘주기 하고
그것만 한 2~3시간 한 것 같다... 17:00 이후부터는 정신이 혼미해서 빨리 이걸 끝내야지 하는 생각으로
내리 진통 세게 오면 힘주기 3번,,, 진통 세게 오면 힘주기 3번 하면서 골반에 껴있는 아기를 아래로 내려보내야 했다.
아기가 3.8킬로고 머리도 큰 편이라... 골반에 걸려서 도저히 내려오질 않는다고 산모가 이걸 힘주기로 내려야 한다고 해서...
아기가 내려올 수 있게 계속 힘주기 했다..
중간에 정말 포기하고 싶던 순간이 너무 많았지만... 여기까지 온 거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자연분만 마무리 하자... 고통은 순간이다 이러면서 맘속으로 다짐하면서 힘주기에 매진했다.
중간중간 힘주기 할 때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배 쪽에 있는 아기 엉덩이를 밀어주면서 힘주기 하니까 아기가 좀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....
아기도 나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....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중간중간 내가 힘쓰는 걸 보면서 내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고.. 그 이후에 본인이 너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그래서 그 이후에는 내가 힘주는 걸 보지도 못했다고..
내가 포기한다고 하면 그냥 제왕 가자고 바로 할 건데....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서 계속 몇 시간 동안 씁... 협... 씁... 흡... 고통스러워서 신음소리도 내고.... 눈알이 빠져나오든 아기가 빠져나오든 둘 중에 하나는 하겠다는 마음으로 안간힘을 썼다.
중간중간 간호사 선생님한테 아기 많이 내려왔냐고... 그랬더니 아직 더 내려와야 한다고.... 정말 나 때문에 손목 계속 돌리면서 도와주시는 간호사선생님한테도 미안하고.....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한테도 미안하고.... 내가 힘을 못줘서 못 나오고 있는 아기한테도 미안하고..... 진통+힘주기 하면서 악바리를 쓰고 했던 것 같다...
마지막에 간호사선생님이 거의 다 왔다고 좀 더 아기 머리 보이면 원장님 부를 거라고 하셔서 거기에 희망을 가지고 진짜 젖 먹던 힘까지 다 짜서 계속 힘줬다......
19:50 원장님 도착,,, 다시 간호사 선생님이 배를 눌러 아기 엉덩이가 내려갈 수 있게 도와주시고...
원장님이 아래쪽에서 아기 받을 준비 하시고 머리 나오는 거 보이면 빼주시려고 그랬던 것 같다..
천으로 막아버려서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보지는 못했다...
원장님이 산모가 힘 잘 주면 5분 안에 끝나.... 그래도 안되면 베큠 쓸 거예요...
원장님 말 듣고 그래 내가 진짜 이제까지도 했는데 더 못할 수가 없다... 이미 몸은 망신창이니까 그냥 그대로 가자 해서
진짜 마지막에 숨을 한 20초 참은 것 같다..
20:00
아기 머리가 나오는 느낌이 들고 분주해진 느낌.....
남편이 내 머리맡에서 아기 나오는 시간 체크...
20:04
복떵이,
드디어 우리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다.
남편이 20:04분 외치고 남편한테 탯줄 자르고 오세요...
남편이 살짝 훌쩍거리면서 아기한테 가는데 태명 불러보세요 해도 말도 제대로 못 하고..
남편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말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...
아기가 빠져나가고 원장님이 후처치 해주셨는데... 회음부 꿰매고..... 안에 고여있는 피 빼내고...
무통효과가 다 빠져나가서,,,,회음부는 생살에 꿰매어주셨는데.... 진통+힘주기+골반에 아기 껴있는 느낌부터 해서....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생살에 꿰매는 건 하나도 안 아팠다......
남편이 간호사선생님이랑 아기 검진하러 따라나가고 1시간 동안 분만실에서 상황 보다가 오한이 와서 해열수액 맞고
이후에 다시 간호사쌤이 피랑 고인 거 없는지 손 넣어서 다시 확인하는데 그때 또 너무 아파서 악질렀다
그냥 몸이 만신창이가 된 느낌.........
출산하고 나와보니.... 눈에 너무 힘을 줘서 눈알 핏줄 다 터지고,,,,,얼굴에 모세혈관 터지고 어깨에 모세혈관 터지고..
손발 저릿저릿 회음부 저릿저릿.....
입원실로 돌아와서도 고통 속에 잠을 잘 못 자서 새벽에 자는 둥 마는 둥 한 것 같다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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💭 그리고 지금
6월 26일 아침까지 너무 아파서 진통제 먹고 진통주사도 맞고
조금 걸어 다니고 그랬더니 확실히 어제보다 덜 아프다...
눈이 부어오르고, 온몸이 저려오고…
너무 고통스러웠지만 32시간의 긴 고통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연분만 할 수 있었던 나 자신 너무 칭찬한다.
그리고 옆에서 또 내가 출산하고 있을 때 팔로 지지하면서 힘줄 때 계속 도움 줬던 남편...
하는 사람도 고통스럽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지켜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또 고통스러웠다는 남편도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.
그리고 분만실에 있었던 원장님이랑 간호사 선생님 모두 감사했다....
지금음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지만...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.....
나도 힘들었지만 긴 시간 동안 골반에 껴있으면서도 씩씩하게 내려와 준 복떵이도 너무 고마웠다~~
아기가 힘들면 응급 제왕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는데.... 아기가 버텨줘서 이렇게 자연분만까지 할 수 있었다.
복떵아~~ 힘들게 만난 만큼 앞으로 잘살아보자~~
이렇게 우리는 셋이 되었다~~~
너무 예쁜 우리 아들~~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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